가독성에 대하여
dcinside 웹소설 연재 갤러리 펌. 일부 수정.
원문 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177710
가독성에 대해서 - 웹소설 연재 마이너 갤러리
밑에 누가 궁금하다고 써놨길래 한번 지껄여 본다. 가독성은 결국 ‘얼마나 쉽게 읽히느냐’다. 많은 망생이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문장이 짧다고 해서, 엔터를 잘 친다고 가독성이 좋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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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에 대하여>
가독성은 결국 ‘얼마나 쉽게 읽히느냐’다.
많은 지망생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문장이 짧다고 해서, 엔터를 잘 친다고 가독성이 좋은 건 아니다.
크게 봐서 웹소설의 가독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세 가지라고 본다.
1. 눈의 피로도
문장 길이, 엔터 등은 여기에 속한다.
웹소설은 이동하면서 읽는 소설이다.
니들도 버스 타면서 책 읽어본 적 있겠지? 멀미난다. 내가 방금 어디까지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밑줄 치듯이 손가락으로 표시하면서 읽어야 한다.
웹소설은 그래서 적당히 문장 길이를 줄여주고 엔터를 치는 거다. 굳이 손가락으로 표시하지 않아도 눈으로 따라가기 쉽게.
그런 면에서 단문이 유리하다. 짧으니 시작점과 끝점이 잘 보인다.
대화체도 마찬가지다. 따옴표로 시작점과 끝점을 표시하니 찾기 쉽다.
그렇다고 장문을 전혀 쓰지 말라는 건 아니다. 단문 사이에 장문이 하나 끼어있거나, 장문의 위 아래로 엔터를 치면 잘 보인다.
어떤 문장이든, 보기 쉽게 만들면 된다. 웹소설은 여백을 잘 활용해라.
2. 호흡의 피로도
흔히 말하는 '다다다체'가 여기에 해당된다.
문장이 짧으면 찾기는 쉽겠지.하지만 지나치게 짧은 문장만 반복하면, 내용은 전달이 안되는데 시작과 끝만을 반복하게 된다.달리기 하다 온 사람이랑 대화를 할 때를 생각해 보자.
“내가.... 오늘 아침..... 학교를..... 갔는데.....그 새끼가 말이야.... 웃기는게....”
그냥 한 번에 말하지, 계속 들어주는 거, 짜증나지?
다다다체도 마찬가지다. 호흡이 너무 짧으면 집중도를 흐트러트리고 피곤해진다.
호흡이 너무 길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모든 건 적당하게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을 적절하게 섞어줘야 한다.
이걸 잘하면 글에도 리듬감이 생긴다. 하지만 지망생은 리듬감까지는 노리지 말자.
너무 피곤하지만 않을 정도로, 적당히 호흡 조절만 해도 평타는 친다.
3. 내용의 피로도
문장을 보기 쉽게 나열하듯, 내용을 알기 쉽게 짜야한다.이게 가능하면 몰입도가 확 올라간다.물 흘러가듯, 내용이 쉽게 술술 흘러간다.
하지만 이건 고급 기술이다.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써보라는 거다.
이건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3-1. 안 궁금한데?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을 강제로 떠먹이려고 할 때다.
떡밥이라고? 복선이라고? 다 좋은데 적당해야지.
엄마 얘기를 강제로 들어줄 때를 생각해 보자.
“글쎄, 내가 오늘 시장에 가다가 미루 엄마를 만났는데 말이야, 아, 미루 엄마가 얼마전에 남편이 출장가서 이번달 내내 집에 혼자 있다고 하더라. 남편이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출장은 많이 없었는데 이번에 부서 옮기고 나서 출장이 많아졌는지, 일년에 반 이상은 출장이라고 하대? 애들은 다 커서 군대에 가 있고 그 아줌마도 참....”
이야기의 시작점은 시장에 가서 미루 엄마를 만난거다. 그때 무슨 사건이 있었으니 말을 꺼냈겠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그 뒤로 사건 얘기는 안하고 딴 소리를 한다. 적당했으면 들어줬을 거다.
“이번달 내내 집에 혼자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어쨌든, 미루 엄마가....”
이 정도까지 하고 본론으로 돌아오면 참아줄 수 있다.그런데 너무 지나치면 짜증나서 귀를 닫게 된다.그리고 속으로 외친다.
“대체 시장에서 뭔 일이 있었던 건데?”
그러니까, 독자들한테 궁금증을 던져줬으면, 그 궁금증과 관련된 얘기를 해라.궁금하지도 않은데 늘어지는 설명을 하지 말자.
이 조연은 이런 배경이 있고, 이 세계는 이런 원리고, 이 검은 이렇게 생겼고...
하나도 안 궁금하다. 그렇게 길게 설명하려면, 앞서 그에 맞는 궁금증을 던져야 한다.
3-2. 대체 뭔 소린데?
이건 작가 혼자만 알고 독자가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다. 뜬금없는 적이 나오거나, 아이템이 나오거나, 주인공의 목적이 갑자기 휙휙 바뀌거나.
이럴 때 대부분 독자들은 개연성이 엉망이네, 라는 얘기를 한다.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라. 너는 머릿속에 다 있지만, 독자는 지금까지 읽어온 것만 알고 있다.
너무 설명충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나만 앞서 나가서도 안 된다. 아무리 문장이 짧고 대화체가 많아도, 내용이 따라가기 어려우면 안 읽힌다. 읽다가 머릿속에 “?????”만 떠오르면, 방지턱을 만난 것 같다.
어쨌든, 가독성은 노력하지 않아도 스크롤만 내리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라고 생각하며 내 글을 읽어봐라.
사실, 이게 제일 어렵다. 남의 글에서는 보이는데 내 글에서는 안 보이거든.
그래서 감평을 하고 감평을 받는 거다.
남의 글을 읽다가 위에 있는 문제들 (호흡, 내용, 방지턱 등등) 중 거슬리는게 있으면 일단 적어놔라. 그리고 냉정하게 내 글을 다시 읽어봐라.
나도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