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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팁/글쓰기 팁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다

by 알소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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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inside 웹소설 연재 갤러리 펌. 일부 수정.

원문 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4387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습니다>

'간결'해야 좋다고 했지, '짧아야' 좋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간결'이란 단순히 짧기만 해서는 성립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나는 배가 고팠다.


2: 내면에서부터 미친듯이 끓어오르고 있는 허기는, 단순히 배고픔이라고 하기엔 위벽을 손톱으로 벅벅 긁어대는 느낌으로 나를 식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3: 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배가 고팠다.


1번 문장부터 보겠습니다.

일단 문장 자체는 짧습니다. 더 짧기 힘들 정도로요. 그러면 좋은 문장이냐.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좋은 문장은 아닙니다. 너무 특색이 없죠. 누구나 다 구사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한마디로 기억에 남는 게 전혀 없다는 겁니다. 한국어 교재에서나 볼법한, 정석 중의 정석이죠. 딱 욕 먹지 않을 만한 문장,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일종의 보험 같은 문장.


2번 문장을 보면,

일단 문장이 굉장히 깁니다. 물론 표현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묘사는 풍부합니다. 하지만 표현을 다 때려박는 바람에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죠. 눈으로 다 따라가기도 힘듭니다. 이 단어가 어떤 단어를 수식하는 지 파악하기도 힘든 구성입니다. 제 생각에 '웹소설은 글로 읽는 만화'입니다. 킬링 타임용이라는 거죠. 그런 웹소설에서 이런 장황한 문장을 쓴다? 한두 번은 몰라도 계속 이런 문장이 나오면 과연 독자들이 참고 따라와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3번.

이 문장도 급조해낸 것이라 좋은 문장이라고 말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1번과 2번의 중간 지점 쯤 되는, 말하자면 마지노선 정도라고 생각해주세요. 일단, 문장이 간결합니다. 2번처럼 읽기 힘들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1번처럼 특색이 없지도 않죠. 이건 저한테 한정된 이야기라 공감이 안 되실 수도 있는데, 저는 배가 고프면 추위를 느낍니다. 그래서 '배가 고프다'라는 사실을 온도로 표현해봤습니다. 단순히 '추울 정도로 배가 고팠다.'라고 하면 좀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이라는 단어와 '한기'라는 단어의 온도 대비를 통해서 허기를 좀 더 강조한 겁니다.

'적절한 표현'이란,

'길이와 참신함을 모두 고려한 표현'을 말합니다.

길이와 참신함, 거기에 공감까지.

이 3가지를 두고 적절하게 줄다리기를 해야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요.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제 생각에 이 부분은 진짜 감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많이 읽어봐야 감이 잡힙니다.

그래도 빠르게 배우고 싶다면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바로 자신이 쓴 문장을 소리내서 읽어보는 겁니다.

문장에서 말하는 '군더더기'란 쓸모없는 단어 뿐만 아니라 그 문장에 담긴 감정이나 상황 따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써야 할 표현은 써야죠. 아무리 문장이 길어지더라도요. 그 줄다리기를 잘 하라는 말씀일 뿐입니다.


각설하고.

결국 하나의 문장을 썼으면 적어도 두세 번은 읽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제가 위의 문장을 예로 들면서, '뭐가 더 있는 듯한 뉘앙스다.' , '수동적인 느낌이다.' 이래저래 설명을 했지만 여러분이 느끼지 못하시면 그냥 겉핥기 지식일 뿐입니다.

듣는 사람도 ' 아~ 이게 수동적인 느낌이구나.' 이러고 넘어갈 뿐이죠.

그건 이해한 게 아닙니다. 그냥 이러저러하다는 지식을 얻은 것일 뿐, 막상 써보라고 하면 못할 겁니다.

'수동'이라느니 '능동'이라느니 이런 단어로 표현된 설명은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본인이 사용하지 못하면 죽은 지식일 뿐이죠.

그러니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그리고 그 문장 전후로 문맥을 살펴보세요.

그렇게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 감이 오실 겁니다.

틀에 담긴 단어로 말하는 지식 말고 진짜 그 뉘앙스가 느껴지실 거에요.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 뭐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느껴지는 그 차이점이.

그러면 거의 성공한 겁니다.


결론!

  •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다. 다만, 간결이란 무조건 짧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문장의 길이와 효과적인 표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하자.
  • 제아무리 참신한 표현이라도 독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모든 문장의 기본 전제는 독자의 공감임을 잊지 말자.
  • 표현법에 따라 작중 상황을 묘사하는 데 좋을 수도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선 혼란스러운 문장을, 전투씬이나 추격씬 등 긴박한 상황에선 짧게 짧게 치는 문장으로 속도감을 주는 연습 따위를 해보자.
  • 문장을 쓰고 난 후에 꼭 입으로 읽어보자. 만약 당신의 입에서 껄끄러운 부분이 느껴진다면 그건 잘못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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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간결해야 한다. 짧고 정확해야 한다. 감이 있다면 참신한 표현을 사용하는 게 좋다. 감은 어떻게 키우는가. 꼭 입으로 소리를 내서 읽어봐라. 말로 하기 어려운 문장은 눈으로 읽기에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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