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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팁/글쓰기 팁

필력에 관하여

by 알소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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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inside 웹소설 연재 갤러리 펌. 일부 수정.

원문 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29451

 

 

필력에 관하여. (장문) - 웹소설 연재 마이너 갤러리

안녕 칭구들?모두들 글은 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나는 최근 들어서 존나게 안써지더라. 그런데 오늘 유난히 잘 풀렸음.아침에 끝날 것이 새벽에 쫑을 치부렸다.그래서 남는 시간에 잡글이나

gall.dcinside.com

 

필력에 관하여

 

'필력'이라고 불리는 놈은 뭔가를 딱 지칭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스토리, 전개, 문장, 흡입력, 소재 살리기 등 독자가 글을 읽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필력이다.

그래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 중의 하나인 '이음동의어'에 관해서 설명하려고 함.


1. 이음동의어가 뭔가?

일단 설명을 하려면 이음동의어라는 놈이 뭔지 알아야 겠지?

그런데 이것은 사실 너희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내용임.

문제는 여태 그것을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몰라서 '이음동의어'라는 말을 안쓰고 있던 것 뿐임.

백 번 말하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게 좋다는 말이 있지?

밑에 예시를 만들어 뒀으니 한 번 보셈. 보자마자 단박에 이해가 될 거야.

  1.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2.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3.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유해를 발견했습니다."
  4.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연시를 발견했습니다."
  5.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송장을 발견했습니다."

어떠냐? 뭔지 알겠음?

이음동의어라는 것은 풀이 그대로야. 발음이 다른데 뜻이 같은 단어를 말하는 거임.

이음동의어를 '잘 못 쓰는' 작가는 있어도 '안 쓰는' 작가는 없다.

이건 필력에 곧장 연결되는 부분이라 반드시 익혀야 하는 테크닉 중의 하나임.

과장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진짜 기초중의 기초. 건물로 치면 철골 올리는 것과 같은 거야.

별거 아니라고 천대시하면 안됨.

 

2. 이음동의어가 왜 필요함?

뭔지 알았으면! 왜 필요한지를 알아야지!

그러면 일단 밑에 적어둔 문장을 다시 보자.

 

1.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2.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3.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유해를 발견했습니다."

4. "박건영씨. 강둑에서 아버님의 송장을 발견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너희는 저 대사에서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뭐라고 생각하냐?

보통 2번이나 3번을 택할 거다.

저렇게 보면 알겠지만 1번과 4번은 전혀 대사와 어울리지 않아.

(1번은 좀 양보해서 봐준다 쳐도 4번은 진짜 아님)

 

그러면 다시 새로운 문장들을 봐보자.

  1. 나는 눈앞에 벌어진 참상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사방도처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2. 나는 눈앞에 벌어진 참상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사방도처에 시신이 널려 있었다.
  3. 나는 눈앞에 벌어진 참상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사방도처에 유해가 널려 있었다.
  4. 나는 눈앞에 벌어진 참상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사방도처에 송장이 널려 있었다.

그럼 이 문장에서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뭐라고 생각하냐?

아마도 1번 아니면 2번이 대부분이고 4번도 있을거다.

그런데 3번을 고른 사람은 없을 거야.

자, 이제 내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냥.

글의 분위기와 문장에 따라서 같은 뜻을 가진 단어라도 어감과 느낌이 다르다는 거다.

'유해'라는 것은 뭔가 좀 더 정중한 이미지야.

'송장'이라는 건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고.

둘다 같은 '시체'를 말하는데 사용하는 곳은 완전히 다르다는 소리지.

글을 쓸 때는 이것을 적제적소에 집어 넣어야 문장이 깔끔해지고 가독성이 올라가.

거기에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전달 할 수 있어.

다만!

앞에서 여태 설명한 것들은 조금 고도의 테크닉이야.

꼴랑 단어 바꿔치기 하는 주제에 무슨 고난도냐고 할 수 있는데.

이제부터 의식하고 써보면 앎. 내가 '시체' 하나만 예로 들은 거지 단어라는 게 얼마나 많냐?

그것들 전부 이음동의어 구사하려면 단기간에 절대로 안 된다.

그래도!

단기간에 글을 한층 유려하게 가다듬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위에 설명한 것 처럼 일일이 하나씩 단어를 생각하며 바꾸는 것이 아니야.

중복되는 것만 최대한 피하는 거지.

소모되는 정신력은 위에 소개한 작업의 2할도 안들이고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예를 들어서 총 5줄에 걸쳐서 글을 작성했다고 치자.

그런데 거기에 '시신'이라는 단어가 네 번이 나와.

이건 조금 많은 거거든? 그러면 저 '시신'이라는 단어를 다른 걸로 봐꿔야 하는 거야.

여기서 방법이 두 가지로 나뉘어.

'유해', '송장', '시체'와 같은 이음동의어로 바꾸던가, 아니면 묘사자체를 바꿔서 씌워버리는 거임.

왜 흔히들 '싸늘한 고깃덩이' 뭐 이런 거 있잖아.

그런 식으로 묘사하면서 넘겨버리는 거지.

둘다 좋은 방법이기는 해.

그런데 묘사의 경우에는 너무 남발하면 '글이 길어지는' 효과가 있어.

단문 형식의 웹소설에서 저런 것이 누적되면 글이 지저분해지고 가독성이 심각하게 떨어짐.

한두번이면 색다른 표현으로 독자들이 추천을 누르겠으나, 계속 저런 표현이나오면 독자가 지쳐버린다는 거야.

 

요즘에는 잘 안 보이지만, 일주일 전만해도 묘사가 DC기준으로 2줄을 한 호흡으로 쓰는 친구도 있었어.

미안한데, 그렇게 올린 글들 중에서 호평 받은 건 하나도 없을 거야.

그러니 묘사로 중복어를 덮어버리는 것은 가끔씩만 써야 해..

 

그런데 생각보다 중복어가 많이 나오니 이음동의어를 써야 하는 것이고.

참고로 이것은 '명사' 중복과도 긴밀한 상관이 있어.

흔히 소설을 쓰다보면 명사나 대명사를 더럽게 많이 쓰게 되는데,

이것을 잡아 줄 생각을 안하면 소설에 과잉으로 그 단어가 노출 당해버려.

 

진짜로 글을 쓴지 얼마 안된 친구들 연재작을 보면 중복어가 장난 아니게 튀어나옴.

그런데 스토리나 다른 문장 다듬기에 바빠가지고 그걸 해결 할 생각을 못하는 거야.

다작, 다독 경험이 부족하면 글이 이렇게 꼬여버려.

 

왜냐하면 '명사'나 '대명사' 같은 걸로 시작하는 문장들은 진짜로 쓰기가 쉽거든.

글을 적으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되는 거야.

조금이라도 막히면 바로 명사랑 대명사 때려박아 버리는 거지.

그런데 이러다가 명사를 빼고 글을 적어보려고 하면 너무 힘듦.

이거 초반에 버릇을 잘못 들이면 진짜로 오래간다.

3인칭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명사, 대명사가 많이 쓰이지만, 1인칭은 자제 좀 해야돼.

 

독자 눈에 슬슬 거슬리기 시작하는데 그게 안 고쳐지면 독자는 그냥 떠나감.

'필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명사나 대명사를 넣고 문장을 만들면 진짜로 쉬워.

그런데 그걸 독자도 알아차리는 거야. '성의가 없다' 라고 말이지.

 

대부분의 단어들은 '차선'이 마련되어 있어.

쓰다가 조금 아닌 것 같으면 이음동의어를 때려박으면 됨.

정말로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면 그 정도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어.

그런데 이음동의어를 때려박아도 안된다?

그건 글의 기초부터가 문제인 거야. 습작 오지게 써보고 연구해야 돼.


3. 공부법.

여기까지 봤으면 이음동의어의 중요성은 인지했을 거야.

공부법은 정말로 다양함. 그 중에서 제일 추천하고 싶은 것은 역시나 '다독'이다.

다른 필력의 요소도 공부를 겸할 수 있고 질리지도 않는 방법이지.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다독'에 대해서 착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다독을 그냥 풀이 그대로 많이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야.

그 문장이 '어떻게' 쓰였는지, 이 연출이 '어째서' 대단한지, 이 단어를 '왜' 선택했는지.

이런 것들을 '인식'하고 봐야됨.

그냥 작품만 줄줄이 읽는 건 '다독'이 아니야. 걍 웹소설 보는 거지.

솔직히 웹소설 유저들이 서브컬쳐 집합에 어느 정도 맞아 떨어져.

웹툰, 애니, 영화 이런 것들 즐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단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수십 가지의 작품을 보고, 듣고, 즐겼어.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막혀버려.

왜냐하면 여태까지 본 것들은 '즐기기 위해' 본 것이기 때문이지.

배울려고 하는 입장에서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두 가지의 차이는 심해.

물론, 즐기기 위해 본 것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야. 분명히 실력은 늘어.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닮고 싶고,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작품을 찾아서 공부해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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