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inside 웹소설 연재 갤러리 펌. 일부 수정.
원문 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3146&exception_mode=recommend&page=27
-왜 회귀물인가?
한줄요약: 회귀물은 극초반 목적의식과 개연성 부여가 용이했기 때문에 유행하게 되었다.
I.서론
최근에는 회귀물이 넘쳐난다.
환생좌 이후로 범람하기 시작한(그 이전에 없었던건 아니지만-폭염의 용제라든가 뭐 이것저것.) 이 X같은 유행은 많은 독자들이 지루해서 못봐처먹겠다고 욕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허구헌날 신작이 쏟아져 나오며 또 나름대로 잘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지루한 클리셰는 어째서 잘나갈까?
II.목적의식
예전(2천년대 초 대여점시절)에는 주인공에게 목적의식을 부여하기 쉬웠다. 일단 주인공을 적당히 적대적인 환경에 던져놓고 대충 지지고 볶다보면 원수 같은 놈이 등장하든, 주인공이 하고싶은게 생기든 뭔가 이야기의 방향성이 결정되기 마련이었다.
소위 말하는 'TRPG 구성' 처럼 평화롭게 살던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고,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다보니 더 큰 배후가 있고, 그 와중에 이런저런 사건에도 휘말리고 동료도 점점 불어나고…
그런데 웹소설 시대에서는 그게 안된다.
독자들이 권단위로 보는게 아니라 편단위로 보기 때문에 초반부가 지루해도 참고 보는게 아니라 초반부가 지루하면 그냥 던져버린다.
따라서 가능한 한 초반 몇 화 내에 독자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데
옛날처럼 약해빠진 주인공이 버르적거리면서 바닥이나 구르면 망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강렬한 프롤로그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겨야 하고, 주인공은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달려야 한다.
그리고 회귀물은 극초반부터 주인공한테 목적의식을 부여하기 쉽다.
평균적인 회귀물의 초반전개를 보자.
주인공은 도입부에서 '실패'한다. 배신당하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적과 맞서다 죽었든, 그냥 아무것도 없이 비루하게 살다가 적당히 죽었든 어쨌든 실패를 한다.
아무튼 실패한 주인공은 무슨 이유에서건 회귀를 하고, 당연히 '자기가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목적이 생기게 된다.
배신당해서 죽었다? '복수'가 목적이 된다. <킬 더 히어로>.
세계가 멸망한다? '구원'이 목적이 된다. <환생좌>, <폭염의용제>.
비루하게 살다 대충 죽었다? '잘먹고 잘사는' 게 목적이 된다. <쥐뿔회귀>, <전생검신>(물론 이걸로만은 전개하기 힘드니 금새 목적이 바뀐다-보통은 세계구원메타로 가더라)
그리고 그게 전부 초반 3화 내로 나온다. 1화에서 회귀하고, 2화에서 잠깐 회상한 다음에는
벌써 3화째부터 미친년처럼 전개가 악셀을 밟는다. 주인공이 절박하니까.
이런 강렬한 목적의식 부여는 다른 클리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점이다.
III.개연성
TRPG 구성으로 돌아가보자. 주인공은 초짜에 미숙한 모험가다.
얘가 뭘 하든 당연히 그건 서투르고 어설플 수밖에 없고, 이것은 소위 말하는 '고구마'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당연히 책을 내던지고 딴 거하러 가고싶지만 어쨌든 책은 빌렸고, 5장 읽든 한권 읽든 이미 돈은 나갔다.
1권 말쯤에선 주인공이 슬슬 능숙해졌고, 목적도 생겼고, 다음 사건이 기대가 될 것이다. 그러니 다음 권을 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웹소설? 그냥 뒤로가기를 누른다.
그렇다고 해서 똑같이 TRPG 구성인데 주인공이 처음부터 만렙 모험가다?
개연성 지적의 폭풍이 리플란에 몰아칠것이다. 얘는 산골출신이 왜 다 앎? 걍 농민 1이 왤케 쎔? 딴놈들은 성장 안하는데 왜 주인공만 성장함? 딴놈들은 다 븅신임?
하지만 회귀물은 주인공의 행동에 강렬한 개연성을 부여한다.
얘는 왜 이걸 다 알고있음? 회귀자니까.
얘는 왜 존나쎔? 회귀자니까.
얘는 남들 다 땅에서 구를때 왜 혼자만 급속성장함? 회귀자니까.
얘는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방향으로 행동함? 회귀자니까.
거의 모든 주인공의 행동에 면죄부가 부여된다. 회귀자니까 그렇게 행동한다는데 머 어쩌쉴?
덤으로 그놈의 좆같은 설명충도 대부분 독백으로 해결된다. 회귀자니까. 당연히 다 알고 있지.
주인공이 뭘 해도 된다는건 다시 말해 존나 쓰기가 편하다는 소리다. 뭘 해도 되니까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 꼴리는 대로 쓰면 그만이다.
거기에 지적이 들어온다? 만능 방패가 등장한다. 회귀자니까.
고구마가 개입할 틈새가 없다. 주인공은 승승장구를 '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놈의 나비효과 드립 치면서 미래가 바뀌어서 어쩌고~가 등판하는 시점에서 회귀자 실드가 벗겨지므로 그렇게 큰 이점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주인공은 이미 초반에 이미 처먹을걸 다 처먹었고, 미래지식이 없어졌다고 해도 그래봤자 남들이랑 동일선상에 선 수준밖에 안된다. 불리해진 게 아니다.
그리고 작가도 초반에 처먹을 독자는 다 처먹었다. 롤이든 글이든 초반이 중요한거다. 이후는 스노우볼링이다.
IV.결론
한 줄로 요약해서, 회귀물은 극초반 목적의식과 개연성 부여가 용이했기 때문에 유행하게 되었다.
덕분에 회귀물은 순식간에 대세를 차지하며 클리셰 중의 클리셰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회귀물을 왜 모든 글이 답습하지 않을까?
1. 지루하다. 서론에서 설명했듯이 워낙 많이 써먹어서 신물이 난다. 쓰는 놈이든 읽는 놈이든.
2. '회귀 자체의 개연성'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회귀할 수단이 있으면 왜 남들은 안했대?
3. 회귀 효과가 '너무 강력하다'. 특히 현대물일수록 이 경향이 강한데, 주식/코인 해본놈들은 다 알겠지만 회귀만 있으면 비루한 앰생이 수백억대 부자 되는게 일도 아니다.
4.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다. 한국 이야기는 아니고 중국인들 이야기다. 왜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음.
아무튼, 쓰기 편하니까 회귀물은 계속 잘나갈 것이다.
--------------------------------
회귀물이 왜 그렇게 잘 팔리는지 분석하는 글이다. 작금의 웹소설의 미덕은 주인공의 강한 목적의식과 시원시원한 전개이다.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바로 '주인공의 회귀'인 것이다. 복수, 성공 등 목적의식은 전생에서 이미 형성이 완료되었고, 회귀자의 미래를 아는 능력은 시원시원한 전개를 보여주기 최적의 능력인 것이다.
'웹소설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지적 독자 시점>처럼 완벽한 도입부를 쓰는 팁 (0) | 2023.02.24 |
---|---|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3화~25화 분석 (0) | 2023.02.21 |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화~12화 분석 (0) | 2023.02.14 |
<킬 더 히어로> 분석 (0) | 2023.01.21 |
웹소설 <소설 속 엑스트라> 분석 (0) | 2023.01.02 |
댓글